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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 파산의 이유, 미치는 영향과 FDIC의 대처, 파산을 부채질한 SNS, 연쇄 파산 가능성, 고금리 시대 미국 장기채 투자의 의미

by jctech admin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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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뱅크(Silicon Valley Bank, SVB)가 파산하였습니다. 스타트업 쪽에서는 꽤나 유명한 은행이기 때문에 관계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꽤 큽니다. 실리콘밸리뱅크 파산 한지 이틀만에 암호화폐(cryptocurrency)에 특화된 시그니처 뱅크(Signature Bank) 또한 파산하였습니다.

 

문제는 스타트업이나 암호화폐 등에 전문화된 이런 특화은행 뿐만 아니라 지방 중소은행과 미국 이외 지역 대형은행의 뱅크런 조짐 또한 보이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뱅크 파산 사태, 그리고 연관된 이슈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실리콘밸리뱅크는?

실리콘밸리뱅크는 1983년에 설립되었습니다. 미국 내 16번째로 큰 은행이자 스타트업의 생명줄인 은행이었습니다. 은행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실리콘밸리에 소재하며 스타트업 생태계와 함께 공생하면서 스타트업과 VC에 각족 금융상품 등을 제공하면서 이들의 자금을 예치하였습니다.

 

자산을 담보로 진행하는 일반 대출과 달리 회사가 가진 특허나 영업권 같은 무형자산이나 기술력을 기준으로 무담보 대출 서비스를 진행하였습니다. 스타트업의 성장성이 커도 일반시중은행에서는 진행이 불가능한 대출을 제공하였기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이 의지하는 은행이었습니다. 설립 이후 3만 여개의 스타트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하였습니다.

 

실리콘밸리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실리콘밸리뱅크의 자산규모는 2001년 말 42억 달러(약 5조원)에서  2021년 말에는 2,115억 달러(약 280조), 즉 20년 간 50배 이상 성장을 하였습니다. VC로서도 투자성과가 좋아서 전체 841건 중 38%나 IPO 혹은 M&A를 성공적으로 성사시켰습니다.

 

실리콘밸리뱅크는 이미 높은 금리와 IPO 시장 둔화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었습니다.


실리콘밸리뱅크 파산의 이유

 

직접적인 원인은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과 타이밍이 맞지 않은 채권투자입니다.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미국 국채와 모기지 등에 투자하였다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하여 채권 가격이 폭락해서 손실을 입은 것입니다. 제로 금리수준에서 실리콘밸리뱅크가 스타트업이 맡긴 무이자 예금으로 장기채권과 국채를 대거 매입하였는데 연준 기준금리(Fed Fund Rate)가 최근 급격히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이 폭락한 것입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하였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 연준이 고금리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국채 수익률이 급격이 떨어졌습니다.

 

만기(maturity)까지 들고있었으면 안전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겠지만 만기 전에 손실을 보더라도 국채를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 오게 되었을 것입니다. 저금리 시대 효자 노릇 톡톡히 하던 장기채가 고금리 시대에 독으로 변하였습니다.

 

지난 3월 9일에는 모기업인 실리콘밸리뱅크 파이낸셜 그룹이 공시를 통해 18억 달러 손실을 알리고 210억 달러 규모의 증권을 매각하였다는 소식을 밝히자 하루만에 60%의 주가가 빠지고 업계는 패닉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3월 10일에 은행 전체 예금 중 25%에 해당하는 420억 달러(5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가 일어났습니다. 초스피드 뱅크런이 발생하였고 실리콘밸리뱅크의 현금잔고가 마이너스 10억 달러로 떨어져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고 은행이 폐쇄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뱅크의 파산 규모는 2008년 워싱턴 뮤추얼 은행 파산에 이은 미국 은행 역사상 2위에 해당합니다.

 

실리콘밸리뱅크 파산 과정 요약

1 미국 국채 대거 매입
2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3 투자한 채권 가격 폭락
4 실리콘밸리뱅크 공시결과 우려에 대한 스타트업들의 예금인출 요구

 


실리콘밸리뱅크 파산이 스타트업계에 미치는 영향

실리콘밸리 유명 VC인 Y-combinator(YC)의 대표인 개리 탠(Garry Tan)은 실리콘밸리뱅크가 파산하면서 YC가 지원하는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였습니다. YC가 지원하는 전체 스타트업 중 30%에 해당하는 회사들에게 30일 이내에 급여를 지급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실리콘밸리뱅크 파산을 가속화 한 트위터

업계를 패닉에 몰고 간 3월 9일 실리콘밸리뱅크 파이낸셜 그룹의 공시 소식은 트위터 등을 통한 SNS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미국 하원의원 패트릭 맥헨리는 이번 실리콘밸리뱅크 파산은 SNS(트위터)가 주도한 최초의 뱅크런 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앤드류 메트릭 예일 경영대학원 교수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길을 걷다가 은행에 줄 서 있던 다른 사람들을 보고 예금을 인출하였지만 지금은 트위터를 통해서 예금을 인출한다고 합니다.

 


주변 지역은행의 연쇄 파산 가능성

많은 지역은행이 실리콘밸리뱅크와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타격을 입어왔었습니다. 실리콘밸리뱅크와 비슷한 규모이면서 실리콘밸리 인근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하여서 스타트업과 VC고객이 많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서도 뱅크런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뱅크 파산 이후

 

3월 14일 기준으로 실리콘밸리뱅크의 파산관재인인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FDIC)가 사실상 파산절차에 들어간 실리콘밸리뱅크의 담보와 무담보 예금 전액을 새롭게 설립한 실리콘밸리브리지뱅크(Silicon Valley Bridge Bank, SVBB)이라는 가교은행(Bridge bank)으로 이전하였습니다.

가교은행 : 파산한 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일시적으로 인수해 합병, 채권채무처리 등의 후속 조치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임시 은행

 

은행을 살리기 위해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는 변호사이자 기업인인 팀 마요플러스를 실리콘밸리브리지뱅크의 새로운 CEO로 임명하였습니다. 경영진 중 전 CEO와 CFO는 더이상 고용되지 않는다며 기존 실리콘밸리뱅크와의 단절을 강조하였습니다. 마요플러스는 2004년에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수석 부사장 겸 자문위원이었으며 2012년에는 미국 금융회사 패니 메이(Fannie Mae)의 CEO였습니다.

 

원래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는 미화 25만불의 예금자 예금한도(한국, 5천만원)를 제공하지만 이번에는 사태의 심각성으로 인해서 보험대상한도와 상관없이 실리콘밸리뱅크에 맡긴 돈을 전액 보증하기로 하였습니다.

 

실리콘밸리뱅크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스타트업과 VC들이 돈을 인출해가면서 일부 고객들은 실리콘밸리뱅크에만 예금을 예치한다는 계약을 어기게 되었지만 새로운 CEO인 마요플러스는 스타트업들이 취한 긴급조치를 이해한다면서 계약 위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결론

실리콘밸리 뱅크가 파산한 지 이틀 만에 뉴욕에 있는 자산 1,100억 달러 규모의 시그니처 은행이 파산하였습니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자이언스 뱅코프,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코메리카, UMB파이낸셜, 인트러스터 파이낸셜 등 지역은행 6곳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한다고 합니다.

 

미국을 떠나서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 CS)도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몇년 간 내홍이 많이 있었는데 대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자금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이에 CS는 스위스 중앙은행에 손을 벌리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크레딧 스위스는 대형 은행이기 때문에 실리콘밸리뱅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FDIC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의 채권에 투자해서 발생한 미실현 손실이 6,200억 달러(820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장기채를 보유하였지만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하여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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